치킨 리퀘 - Day 7
주제: 햄버거 치킨을 먹기 위한 작심칠일 아무거나 썰 챌린지
대상: 탐라에서 계약한 트위터 친구의 <악마에 입문했습니다! 이루마 군 기반 자작 캐릭터 커플>, 통칭 #드림
사담: 패배를 선언합니다.. 시간을 의식하느라 감정선이 급발진하고 흐름이 끊기는 기분이 들어요. 챌린지가 끝나고 편집해서 드리려고요. 오블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즐거운 경험이었길 바랍니다!
사담2: 챌린지가 끝나고 "나의 프랑켄슈타인" 3편을 하나로 합쳐 재발행할 예정입니다. 가독성을 고려하지 않고 챌린지를 위해 끊은 글이니, 나중에 확인 부탁드려요!
※악입문 초반까지 예전에 덕질해서 원작 기억이 희미합니다.
캐릭터 소개: https://taritown.tistory.com/62
목차
1. 나의 프랑켄슈타인
2. 상냥한 박사님과 그의 하이드
3. 앨리스에게 버섯을 그려준 흰 토끼가 너라는데
4. 위대한 마법사는 양철 나무꾼을 사랑하기로 약속했다
5. 후크 선장과 동년배 피터 팬
6. 사냥꾼은 분명 왕자한테 백설공주가 죽었다고 했거든
열다섯의 여름에 그가 죽은 새를 들고 왔다. 장대비가 내리던 거룩한 일요일, 문을 열자 백색 장발이 수양 버드나무처럼 늘어졌다. 깨끗한 바닥에 물방울이 하나둘 솟았다. 그가 몹시 미안해하면서 부탁했다.
"친구가 머물 곳을 빌려줄 수 있어?"
뙈기밭을 가리키자 고개를 저었다. 새는 땅속에서 잠들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작은 몸을 뉘일 곳을 찾아 저택을 탐험했다. 실내에 나무를 키우지 않아 어린 새에게 어울리는 횃대가 없었다. 그때 과학 숙제가 떠올랐다. 모네는 다락방으로 달려가 갈색 약병을 꺼냈다. 파우치에서 네모붓을 꺼내 굳은 피와 먼지를 털고, 조심스럽게 발람의 친구를 염했다. 실내에는 빗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상주는 예의를 지켜 침묵하면서 모든 과정을 눈에 담았다. 장의사가 유리구슬을 닦아 끼울 때서야 확인하듯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포르네우스 가문의 포르말린이네."
"응. 만져 볼래?"
진녹색 장갑을 착용한 손끝이 떨렸다. 딱딱하게 굳은 깃털은 다정한 손길에 흐트러짐 없이 형체를 유지했다. 가늘게 뻗은 다리는 부목 없이도 몸을 지탱했다. 탁자 위에 털끝 하나 상하지 않은 새가 우아하게 서 있었다. 그가 속삭였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모네는 마지막 자장가를 듣지 못한 척 창밖을 보았다.
발람은 새를 두고 갔다.
박제란 죽은 생명을 살려내는 행위다. 우리가 그렇게 정했다. 생물을 좋아하는 발람에게는 많은 친구가 있었다. 대부분은 수명이 짧았다. 자연 그대로를 존중해서 집에 데려와 보살피기를 거부했던 까닭이다. 일반적 교제와는 달랐지만, 이별을 슬퍼하는 모습을 수없이 봤다. 그가 남들의 수배로 괴로움을 겪는 게 분했다. 그래서 붓을 들었다. 모네는 발람이 데려온 온갖 생물을 살리며 어른이 되었다.
"나는 내 이름이 좋아."
연인이 되고서 우리는 이름을 불렀다. 시치로는 내가 박제사가 될 줄 몰랐다는 듯이 굴었다.
너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잖아.
바보, 나는 예술을 좋아해.
새롭게 만들기를 좋아하잖아.
새롭게 탄생시키기 말이지?
지지 않고 응수해도 어기찬 태도여서 이유를 얹었다. "화가 모네는 지나치게 유명해. 물론 역사에 남을 작품을 만들겠다만, 그때까지 사람들은 다른 모네를 최고로 기억할 거라고!" 대단해서 할 말을 잊었는지 조그맣게 입을 벌렸다. 승리감에 취해 쐐기를 박았다. "박제사 모네는 지금도 최고야!" "...이름 안 불러줘서 서운했어?" 뒷말을 듣고서는 힘이 빠졌지만.
너는 상냥하지만 엄격해서 온전한 거짓을 고할 수 없다. 수명차에 익숙한 연인은 죽음을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한날한시에 맞는 결말은 일부에게 닿는 혜택에 불과하여, 둘 중 하나는 차갑게 남겨질 것이라고. 영원을 바라는 예술가와 생명을 관찰하는 탐구자는 그토록 다르다. 장대비가 내리는 주말이면 나는 사소한 번민에 잠긴다.
그날 발람은 무엇을 바랐을까. 우리는 충분히 친밀하지 않았다. 매시간 함께하는 단짝이 아니었으니, 열다섯의 그는 다른 죽음을 거치고 내게 왔다. 그간은 홀로 애도하고 사체를 처리했겠지. 하지만 비가 거칠었다. 진창에 새를 묻으면 비바람에 쓸려 세상으로 다시 나오게 된다. 휴식을 방해받아 괴로워도 도와달라 하지 못한다. 배웅한 사람은 집으로 갔다.
박제하지 말 걸 그랬을까?
자연스러운 생물을 사랑하던 네가 죽은 친구를 데려올 때면 그런 상념이 들었다. 영원히 죽지 말고 완벽한 자태를 뽐내라고 가져온 게 아닐 텐데. 의식을 마치면 발람은 작별을 나눴다. 그리고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내가 자랐고 상속받은 저택에는 발람의 죽은 친구들이 한가득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