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일기 - Day 4
주제: 햄버거 치킨을 먹기 위한 작심칠일 아무거나 챌린지
※퇴고없음, 의식의 흐름
안녕하신가요. 이야,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햄버거를 얻고 재야로 훌훌 돌아가나 싶더니만, 요 깜찍한 티스토리 알림이 나흘만 더 써 보라고 하더군요. 치킨 좋아하십니까? 전 브랜드 안 가리고 좋아합니다. 막입에 가깝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 식사 규제가 엄해서 치킨을 생일날에나 먹고 자랐거든요. 어머니 세대의 눈물의 짜장면, 저한텐 치킨과 동치입니다. 성인이 돼서도 치킨, 햄버거, 귀하다고 하면 헛웃음 나올 음식에 공짜라면 냉큼 달려들게 됐다 이말입니다. 굽네치킨 맛있죠. 집에서 오븐에 냅다 구워봤는데 영 맛이 다르더라구요. 새로운 목표, 치킨 리퀘입니다.
3일 전에요, 다정한 SNS 친구 분들이 공개적으로 지원자를 모집하자마자 너도나도 손을 들어주셨어요. 아주 솔직하게 조건 걸었거든요. 내가 햄버거를 먹고 싶은데, 자작 캐릭터 얘기를 자물쇠 걸고 써와서인지 개방하려니 멋쩍다. 당신 자제들을 조금만 빌려주면 맛깔나게 써 드리고 다만 햄버거는 이쪽이 가진다, Deal?
3명 받는다는 말을 깜빡해서 지원자가 더 있어요. 그대로 '치킨 리퀘'로 이름만 바꿔서 쓰면 되는데, 금일 20시에 사이버 오타쿠 미팅이 있습니다. TRPG라고, 주사위 보드게임을 다른 친구와 온라인으로 하기로 했거든요. 아무리 속도 빠른 썰쟁이라도 2시간은 필요한데, 아침부터 요란스럽게 나들이 갔다가 15시에나 돌아와서 잠들고... 저녁 먹고 노트북 앞에 앉으니 30분밖에 남지 않았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다른 참가자 분들처럼 나들이 일기를 쓰면 되지 않느냐, 안 됩니다. 부끄럼 많은 건 둘째 치고 사진 찍은 게 없다고요. 소설도 아니고 "그러니까 적송 두 그루 아래에서 어머니와 오붓하게 팔짱을 끼고..." 사진 자리에 이러면 무슨 소용입니까? 재밌기야 하겠죠? 약간 끌리네. 아무튼 간에 역시나, 시간이 부족해요.
작심칠일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 벼락치기.
4일째에도 양해를 구하게 돼서 미안합니다. 실은요, 이상한 곳에서 고집이 있어서 글 챌린지로 도전했는데 대강 300자 쓰고 '나는 오늘 다 일했소. 끝났소. 일없소.' 하면 쪽팔리거든요? 썰쟁이 자존심이 갑자기 생겨서 금 가거든요?
차라리 제 이름 딱 걸어두고, 아이고 이 양반은 일기를 뭐 이따구로 쓴대냐, 낮은 평가를 감수하겠어요. '햄버거 리퀘' 또는 '치킨 리퀘' 같은 우스꽝스러운 이름이라도 점점 성장하고 있었는데 이따위 사정으로 망치긴 아깝잖아요.
어떡하지, 벌써 40분이네.
보다시피 혼자 냅두면 잘 떠듭니다. 글감이 부족한 적이 없었는데 티스토리 왔더니 뭐 검색 기능도 있고, 썰쟁이 극락인가 싶네요. 극락왕생하세요~ 언젠가는 이 기능도 써야겠어요. 최근에 습득한 기능은 주석 달기, 도전 중인 기능은 폰트 바꾸기 입니다. 코딩을 딱딱한 전문책으로 봤을 땐 골치 아팠는데 실전에 들어서니까 간절하네요. 저는 심오한 오타쿠... 현학적인 놈은 아니고 심연까지 파고들어간 오타쿠라서 비공개나 조건부 공개로 활동합니다. 어디가 이상한 취향이냐면, 감사합니다, 절 좋게 봐주셨군요.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리퀘스트를 준 친구 셋의 자식들이 모두 죽더라고요? 로맨스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완결을 시켜버리는 버릇이 있어서, 제가 로맨스를 못 씁니다. 쓸 줄은 아는데 곧 캐릭터들이 사망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릴게요.
미안, 다음에는 죽더라도 좀 더 연애시킬게요.
시간은 줄줄 가는데 타자 속도는 그대로네요. 안되겠습니다. 전 이제 갑니다.
이런 글로 날로 먹으려고 해서 미안합니다. 그래도 이거 몇 자지?
아이고, 조금 더 쓰면 공포 2천 자라는데? 양심은 챙긴 게 아닐까요?
좋은 하루 되세요. 전 놀러갑니다.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