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리퀘 - Day 3

주제: 햄버거를 먹기 위한 작심삼일 아무거나 썰 챌린지
대상: 탐라에서 계약한 트위터 친구의 <강철의 연금술사 기반 자작 캐릭터 커플>, 통칭 #드림
사담: 약 3시간 남았습니다. 3일뿐이지만 꾸준히 썼더니 속도가 붙고 리퀘 형식이 잡혔네요. 알림 탓에 햄버거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Day 7 굽네치킨까지 가능하대요!
※프로필을 보지 않고 기억에 의존하여 작성했습니다.
1: #그리운 소개합니다
이번에는 새로운 장르 드림을 들고 왔어요. 원피스에 이어,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오타쿠가 없다는 전설의 대명작! <강철의 연금술사>. 누구도 들어본 적 없을 시간대에서 어떤 인연이 맺힌 이야기입니다.
혹시 <연성한다>라는 표현을 아실까요? 팬아트를 연성한다, 팬픽을 연성한다···. 모두 여기 동인에서 등장한 말이에요. 현실의 중세에서는 '금'을 연성하기 위해 사기꾼과 꿈 많은 학자들이 도전했고, 화학자의 시초가 되었어요. <강철의 연금술사>는 화학 지식을 바탕으로 술식을 완성하면 정말로 무언가가 연성되는 세계입니다. 금 연성은 옛적에 성공했고, 주인공은 무려 죽은 사람을 연성하는 데 성공했어요.
한편 주인공이 태어나기 한참 전부터, 연금술사들은 금단의 영역인 '생명 창조'를 시도했습니다. 한 위대하고 끔찍한 연금술사가 호문클루스(개조인간) 7마리의 연성을 성공했어요. 괴물들은 창조자를 '아버지'라고 부르며, 7대 죄악의 이름을 받고 인간 사회에 섞여 본능에 따라 악행을 벌여왔습니다. 남주의 이름은 그리드(Greed), 호문클루스의 일좌인 '탐욕'입니다.
여주는 <강철의 연금술사>의 연성러였어요. 만화책에 입덕해서 팬픽을 쓰는 아마추어 작가였죠. 최애 캐릭터가 바로 남주. 콩깍지가 단단히 씌여 괴물의 언행이 마냥 귀엽게 보였고, 아껴주고 싶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더니, 어느날 갑자기 그리드의 침대 위로 트립해버립니다. 웅큼한 해프닝이 발생했으면 참 좋았겠지만, 하필이면 남주가 아버지에게서 막 가출한 시점이었어요. 원작에도 나오지 않은 시간대. 작중의 '인간적인' 호문클루스는 인간을 몰랐고, 경계심이 높은 상태였던 까닭에 다짜고짜 습격자의 목을 졸라요. 둘의 첫만남은 공포로 시작합니다.
그리운은 인간을 사랑한 호문클루스와 비밀스러운 인간의 이야기예요. 사람은 본디 정이 많은 생물입니다. 얼마나 정이 많냐면, 이목구비가 분명하지 않은 무생물에게 이름을 붙이고 기념일을 챙기며, 가상세계 존재에게 눈물 흘리곤 해요. 다르게 말하자면, 인간만이 다른 생물을 감정적으로 길들일 수 있습니다.
세상의 인외들이여, 인간을 두려워하세요. 한 번이라도 호기심을 갖는 순간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 그의 이름이 궁금한가요? 손짓 하나, 말 한마디가 흥미롭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쫓고 있나요?
어떤 경우에도 인간에게 물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시작하지도 마세요.
결국 인간은 당신을 떠나버릴 테니까요.
2: 종말론적 이야기
세상이 멸망하는 날에 함께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사람은 어떤 유형일까요?
"세상을 돌릴 수는 없나요? 멸망하기 전으로요."
언노운(Unknown)이 말했습니다. 다정하고 밝은 사람이에요. 곤란한 처지를 알면 어떻게 도울지 궁리하고, 도탄에 빠져도 희망을 찾아내고 마는 인간입니다. 세상이 조각나도 마지막까지 사람다워요. 생존을 위해 군상극을 겪더라도 나태하지 못할걸요. 절도, 폭력, 무정에 끝없이 괴롭거든요. '더 나은 길은 없었을까? 그래야만 했을까?' 주변과 나누지 않고 마음의 병을 앓다가,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도래하기 전에 생에 종언을 고합니다. 그는 주인공이 아니에요. 멸망한 세상에서 삶을 재건할 출발선조차 서지 못하고, 동료 한 명 없이 스러집니다. 멸망 전의 세상을 온전히 간직한 채로요.
"...내가 멸망시킨 놈 같은데?"
무도한 발언자는 다름 아닌 악마입니다. 칠죄종은 흉악한 명성을 계승하여 일곱 갈래 종말의 기수가 되었어요. 탐욕(欲)은 긍정과 부정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감정으로, 다만 탐하는 마음입니다. 호문클루스는 칠정(七情)을 품지 못한 불완전한 존재라서 절망을 이해하지 못해요. 희망을 끊어버린 자가 재미없으니, 멸망이 다가오는 세상에서 '탐욕스러운' 인간이 흥미로워요. 한데 아포칼립스에서 과욕을 부리는 자라면, 과연 그렇군요. 제 한 몸 가누지 못하면서 인간성을 포기하지 못한 사람이겠죠.
"...그래서 저한테 왔다고요?"
"엉. 그리드 님이 보증하는데, 넌 세상에서 가장 탐욕스러운 녀석이다."
"보증 함부로 서는 거 아닌데...."
"아앙?"
"아니, 말도 안 돼요! 제가 얼마나 착하게 살았는데!"
"누가 뭐래? 네 사정에는 관심 없고, 뭐든 해 봐. 날 즐겁게 해보라고."
"무슨 이런 사람이...!"
여자는 일곱 가지 감정이 풍부한 인간이었습니다. 부도덕한 행위에 노여워하고, 지나간 인연을 사랑하고, 망가진 세상을 슬퍼하고, 사람을 미워하고, 삶의 즐거움을 찾고, 사소한 행운에 즐거워했어요. 여섯 가지 감정이 과하지 않았지만, 오직 사람다움에만 욕심을 부렸습니다. 인정하지 않았지만요.
그리드는 인간이 즐거워하는 모습도, 괴로워하는 모습도 기꺼웠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것들은 감정을 잃어가는데, 자신이 선택한 개체만이 미소와 눈물을 잃지 않았어요.
'노운'의 눈물이 줄어든 걸 늦게 깨달은 까닭은, 감정의 총량이 변하지 않아서일까요.
"그리드 씨의 악행을 외면할 수 있게 됐어요."
내가 죽인 시체를 보며 입술을 깨물면서.
"가끔 끌어안고 자도 돼요?"
잠꼬대로 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잖아. 묻진 않을 거야.
"더운 날에는 아이스크림이 시원한데."
...어떻게 만들 수 있지?
"괜찮아요, 저는 아무렇지 않아요...."
너를 울게 만든 인간을 해친 날엔 옆에 있어도 악몽을 꿔.
"티타임이라고 부르긴 애매하지만, 그리드 씨도 쉬어야죠."
호문클루스라는 건 기억하지?
"민들레가 폈어요! 꺾지 마요. 이렇게 하면... 어때요?"
그때 그리드는 언노운의 진짜 이름이 궁금해졌습니다.
언젠가부터 다정한 인간은 괴물을 향해 웃고 있었어요. 호문클루스는 한 사람의 감정을 모두 얻은 게 즐거워서, 세상을 멸망시킬 숙명을 잊었어요. 가만히 멈춰선 동안 그가 다가왔죠.
일주일 뒤에 세상이 멸망할 예정이었습니다. 탐욕은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우두커니 묶였어요. 어떤 말도 전하지 못했어요. 그럴 필요도 없고.
폐건물의 중간층, 무너진 벽면에 나란히 다리를 대롱거리며 두 사람이 몸을 기댔어요. 남자가 옥상에 올라가서 마음에 든다던 노을을 보자고 제안했지만, 여자는 무섭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내가 있어도 무서워?"
"떨어질 때는 혼자잖아요."
'...누가 혼자 둔대?'
못마땅한 마음이 들었으나, 작은 소리가 묻힐까봐 삼킬 수밖에 없었어요.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초월적인 감각을 지닌 호문클루스가 아니면 듣지 못할 음량으로 속삭였거든요.
"그리드 씨가 옳았어요. 저는 탐욕스러운 사람이에요."
그리고 종말이 예고 없이 찾아왔어요.
멸망 전의 사람과 멸망이란 어떤 관계인가요. 악마를 사람이라 믿은 인간이 있었습니다. 그리드는 호문클루스에게서 인간성을 찾으려는 발버둥을 유희거리로 삼아, 침몰하는 세상에서 언노운의 마음을 거짓으로 채웠어요.
그래서 진짜와 가짜가 바뀐 걸까요?
사랑스러운 인간은 함께한 시간 내내 온 몸과 마음을 다해 괴물에게 외쳤습니다. 사람이 그리워요, 돌아가고 싶어요.
절망(絕望)이란, 모든 희망을 끊어내는 것입니다. 노운은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그리드는 그가 무엇을 포기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아침에 일주일은 버틸 식량을 찾았잖아.
주변에 더 죽을 사람도 없고, 너는, 안전하고....
무지한 악마는 탐욕이 사그라드는 소리를, 숨을 멈춘 채 들었습니다.
세상이 멸망하는 날에 함께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외롭지 않아야 해요."
로운이 말했습니다.
"저는 외로움을 많이 타거든요. 몸과 마음이 강한 사람이 좋아요. 변하지 말고, 흔들리지 않고... 그런 사람과 함께라면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욕심쟁이죠? 저한테 올 리가 없지만, 잃기 전에 먼저 떠나고 싶어요."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래도, 돌아가고 싶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