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님 글연교
両面宿儺 X 那岐真仙遊
드림: <주술회전> 스쿠나 연인
배경: 헤이안 시대, 괴이한 외형과 압도적인 영능력으로 막대한 악업을 떨치고 정부로부터 "현인신"으로 항복 선언을 받은 인간 주술사와, 이국의 귀족 행세하는 미래의 최강 주술사 소녀. 연인상정.
주의: 작성자는 <주술회전> 원작을 모릅니다.
1. 캐릭터 해석: 나기마 센유(那岐真仙遊) - 헤이안 편
추천 BGM: King Gnu - BOY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정지용, <향수>
센유는 소중한 가족을 교통사고로 잃고 과거로 떠밀렸다.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쌍둥이처럼 이상한 것을 보는 자였다. 그는 섬뜩하게 광소하며 피를 뚝뚝 흘려댔지만, 아이는 외형에 개의치 않는 당돌함으로 공포보다 호기심을 앞세워 마구 들이대었다. 그리고 괴인-- 료멘스쿠나가 받아준 이후부터 아무것도 묻지 않는 오만함을 다정함으로 착각한다.
주술사는 희로애락(喜怒哀樂) 중 부정한 감정을 힘으로 승화시킨다. 갓 각성한 어린 주술사가 혼란과 슬픔을 무엇으로 이겨냈을까. 귀왕(鬼王) 앞에서 백귀(百鬼)가 스러지니, 공포와 끔찍함을 학습하기도 전에 야행(夜行)은 한바탕 놀잇거리가 되었다. 료멘스쿠나는 귀신들의 세상을 즐겁게 노니는 강자였다. 좀비처럼 흉측한 괴물이 다가와도 지루하다는 듯 내치고, 센유가 재미있다며 아껴주었다. 동생은 스쿠나가 보는 세계에 있었다.
우리는 함께 즐거웠으니, 홀로 괴롭지 않았을 것이다.
네가 살던 세상이 괴물과 비명으로 가득찼더라도, 미온적인 시선으로 일별하고 놀았을 것이다.
나기마 남매는 쌍둥이면서도 다른 세상에 살았다. 이제야 알게 된 당신을 떠올릴 방법이 많지 않다. 센유가 아는 주술사란 스쿠나와 우라우메, 하찮게 죽어가는 잡것들이 전부였으며 혈육을 후자와 같은 선에 둘 수 없었다. 켄토가 농락당하다 죽었다는 결말보다야 전자처럼 자유로웠다고 믿는 게 나았다.
다른 사람은 중요하지 않아, 새롭게 알게 된 세계에서 스쿠나와 우라우메와 함께 지내고 싶어.
켄토를 잊을 수는 없다. 센유가 망각이라는 축복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스쿠나의 말대로라면 주술사는 저주로서 살아가는 존재라는데, 사랑해, 그리 전했던 네가 잊힐 리야. 쌍둥이의 저주는 그를 과거로 전이시켜 비슷한 사람들 앞에 데려놓았다. 이들과 살아가면 평생 잊지 못하고 사랑만을 기억하게 되겠지. 미욱한 주술사는 순진하게도 편리한 믿음을 가졌다.
무엇이 센유를 절망하게 할까?
스쿠나가 켄토를 닮지 않아도 괜찮다. 정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라서 겹쳐볼 수 없는 존재다. 당신은 그냥 위안이 되면 돼. 켄토가 어쩌면 이렇게 살았다고.... 행복했고 후회 없었다고 해줘.
헤이안 시대는 많은 것이 부재하다. 음식은 형편없고 옷감은 거칠고, 쇼핑몰도 카메라도 자동차도 없는 세상이다. 생활양식이 급격히 바뀌어 일상에서 가족을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오직 주술만이 변화없이 남아있다. 다르게 말하면, 헤이안에서 센유의 일상은 사라지고 켄토의 일상만이 남았다.
나는 잃어버린 쌍둥이의 삶을 이제야 사는 것만 같다.
주령이 보이는 세상에서 너는 살았고, 신비로운 힘을 눌러 두고 지냈다. 그러다 죽어서....
네가 괴로웠으면 어떡하지?
내가 주령을 보지 못해서 네가 외로웠고, 내가 있어서 네가 완전하지 못했고,
나를 사랑해서 네가 죽은 거라면.
나가미 센유는 그래서 스쿠나가 좋았다.
2. 소요
所要: 필요로 하거나 요구되는 바.
逍遙: 자유롭게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님.
騷擾: 술렁거림과 소란.
추천 BGM: 요루시카 - 그저 네게 맑아라
"스쿠나, 좋아하는 동물 있어?"
적막한 산길이다. 센유는 새까만 나뭇잎 아래를 걷다 아무래도 좋을 잡담을 시작한다.
세기말을 지나 새로운 100년, 시침(時針)이 움직일 때 태어난 아이들은 명랑함을 움틔운다. 그는 짧은 이동길 버스에서도 이웃사촌을 사귀는 성정답게 어떻게든 상대를 찾아 재잘거렸다. 공통된 대화 주제를 찾는 데는 한 명의 어마어마한 수고가 들었으나 -"좋아하는 음식 있어?" "갓 태어난 계집."- 끊김없는 스몰토크야말로 현대 여중생의 소양이다. 헤이안의 주술사는 무례한 화자였지만, 소녀와 동행하며 청자 역할을 부여받았다.
스쿠나가 손을 휘젓자 숲이 사선으로 갈리며 바람 소리가 난다. 끝에서 새가 툭 떨어진다. 몇 발짝 뒤에서 얌전히 걷던 소년이 고개를 들고, 잔해를 확인하고는 도로 숙인다. 센유는 입을 삐죽였다.
"그래, 참새 좋아하는구나. 나도 좋아해."
"갈까마귀다."
동그랗다. 눈과 입이 서서히 벌어지며 한껏 동그래진다. 스쿠나는 어린 계집의 감정을 읽고 눈썹을 꿈틀였다.
"흑백구분도 못하는 게냐?"
"아니! 갈까마귀구나! 검은 갈까마귀!"
통통 경쾌해진 발걸음이 생기를 돋운다. 배시시 머금은 미소를 감추며 성큼 걷는다. 찌푸린 낯의 거한이 소리없이 뒤따르고, 무표정한 소년도 걸음을 은근히 서두른다. 한 사람의 기분이 널뛴 것만으로 고요한 일행의 분위기가 바뀐 모양새다.
센유는 신바람이 난다. 스쿠나가 대화에 참여해 주어서는 아니다. 여러 날 걸친 시도에 의하면, 의외로 말을 걸면 무시하지 않는다. 그쪽 방면으로는 싸가지를 갖췄다. 다른 문제, 그러니까 너그러이 말 받음으로 자비가 다한 마냥, 비꼬고 놀리기에 열중하는 점이 못났다. 방금도 기분 나쁜 답을 먼저 내었다. 얼마나 심성이 꼬였으면 대답할 때마다 생명을 죽일까? 허물없는 상념이 스쳤으나 고개를 저어 털어버렸다. 소녀는 단련되었고, 헤이안 욕쟁이 어르신의 타박을 귓등으로 잘 흘렸다. 익숙하지 못한 생명의 가벼움은 재담 성립의 기쁨으로 묻을 수 있다.
갈까마귀라! 스쿠나에게 들리지 않도록 입안에서 살살 굴린다. 어디서 들어본 낱말, 낯선 발음이 사각인다. 까맣고 흰 차이야 명백하고, 참새와 그것이 다름을 안다. 하지만 갈까마귀라니! 도시에서 자란 아이는 까마귀밖에 알 도리가 없다. 본인 외 존재가 무가치하단 듯이 구는 악인이, 작은 생명을 자신보다 자세히 알고 있다!
가능성에 기댄 역설이 우습다. 문장조차 아닌 마디에서 조각난 마음을 그러모아 인간성이라 우긴다.
네가 내 사람인걸.
갈까마귀는 어떤 까마귀일까. 갈색, 갈갈대다, 가을, 갈구하다....
여러 뜻을 담아보다 묻지 못한다. 앎이 빛났던 것처럼 무지가 어두움으로 돌아올까, 하찮은 기대를 저미어 길바닥에 버릴 것을 짐작하기에. 달아올랐던 걸음이 느슨해지고, 찰나 서글픔이 맺힌다.
주인과 종의 그림자가 너울거리며 앞선 발을 덮을 무렵, 센유는 부드러운 미소로 뒤돌았다. 햇살이 뒤편에 서렸다.